2024. 4. 11. 19:03ㆍ와인창고
문 앞에 쇼핑백이 놓여 있었다. 속을 더듬어 보니 와인 선물 세트에 편지 하나가 들어 있었다.
편지 내용은 몇 달간 공사 때문에 입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친 데 대한 죄송하다는 말이 글로 담겨 있었다.

입주자 단톡방에서 공사가 길어진 이웃에 대해서 말들이 참 많았었다. 사실 그 집 공사로 인해 엘리베이터를 출근길에 하나만 쓸 수 있어 난리가 났던 적이 많았다.
기나긴 공사가 끝난 후 입주민 대표를 비롯해 입주민들은 여러 가지 보상책을 그 집에 전달했으나 본인들이 알아서 이웃들에게 사과하겠다고 했다는 말만 들었다.

그리고 오늘 그 사과의 방법이 문 앞에 놓인 편지와 와인 두병 이란 걸 알았다. 또다시 단톡방이 시끄러워졌다.
화가 난 몇몇 주민들은 문 앞에 놓인 와인을 다시 그 집 문 앞에 가져다주고 사진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.


백화점 와인 박스부터 난 싸구려 와인은 아니야!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.
모엣&샹동 임페리얼 샴페인과 샤또 몽투스 프랑스 와인 두병이 누워 있었다.


"샤또 몽투스는 톰 크루즈가 좋아해서 경비행기로 박스째 가져간다고 합니다."
"모엣 샹동 임페리얼 샴페인"도 맛이 너무 궁금했다.


두병 모두 5만 원을 넘는 가격을 가지고 있어 더욱 마셔보고 싶어졌다. 이미 집 안으로 선물을 가지고 들어왔기에 난 감사히 이웃의 선물을 받고 내가 받았던 불편함이 크건 작건 너그러이 이해해 주기로 했다.

그날 저녁 집 밖으로 나가다 옆집 문 앞을 잠시 바라보았다. 옆집 와인도 사라져 있었다. 그래 우리 옆집도 선물을 받기로 한 거야..
곱게 모셔둔 두 병의 와인을 이번 주말에 시음해 보려고 한다. 난 선물에 약한 사람이 아니다, 이웃을 이해하는 사람인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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